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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 눈 진짜 작다~

by 어느외노자 2024. 6. 13.

두바이, 알 나다 2, 네스토 하이퍼마켓 앞.

 

 

두바이에 살면서 편하다면 편한 점 중 하나가,

뭐 이런저런 사회적 매너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것이다.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있긴있지만

심하지 않다는 것)

나는 양키국에 살아본 적은 없지만,

양키국은 매너나 풍습이 우리와 정반대인 경우가 많아서,

곤혹스런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내가 비록 예민충이기는 해도

까칠충까지는 또 아니라서,

까다로운 남의 나라 매너를 

일일이 지키는것이 개싫고,

남이 나한테 지키는 것도 굳이 바라지 않는다,

물론 나는 지키는데 

남이 안지키는 것을 당하면 빡은친다,

 

그러나 반대로 나역시 완벽하거나

모든면에서 피해를 전혀 안주는것도 아니기에,

(아무리 조심해도 어느순간은 나도 피해를 주게된다)

그러려니 한다.

까칠충들 사이에서 숨죽이고 사는것보단,

춈 빡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서로 그냥 둥글게 대충사는 것이 편하다.

 

그런점에서 다문화 다인종사회이자

룰브레이커의 대가들인 

아랍인과 인도인이 많은

두바이를 택한것도 있었다.

 

양키국엔 안살았어도,

일본 역시 뭔 까다로운 매너들이 

너무 많아서 되게 피곤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아무 룰도 없었던,

중국살이가 더 편한점도 있었다,

물론 노 룰의 대가는 가혹하기도 해서,

그만큼 훨씬 열악한 환경들을

감내하기도 해야했었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며칠전,

현 하우스메이트들 중 하나랑 얘기하다가,

약간 말문막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원래 우리는 인사나 요리할때 외에는 

서로 깊은 얘기는 안하던 사이였는데,

그녀가 내게,

"너 한국인이라며?"

하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맞다고 했더니,

"난 너가 필리핀 사람인줄 알았어,

사실 난 한국문화를 엄청 좋아해!"

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이런경험은,

두바이에 사는 한국인이라면

안 겪어본 사람이 없을정도로 흔하다,

두바이의 주 종족인

아랍인과 필리핀인, 인도인중에서

특히 여성들의 경우,

한국에 호감없는 경우가 더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가 좋아한다는

여러가지 한국드라마 이야기와 

배우들 얘기를 하고있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나를 관찰하다가

"근데 너 눈 진짜 작다."

이러는 것이 아닌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ㅋ...나도 눈 더 컸으면 좋겠다~"

라고 말해준 뒤

그녀의 대답이 궁금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다른 하메가 말을 걸어와서 

대화는 그렇게 끊기고 말았다.

 

이게 글쎄, 

대화 분위기나 그 친구의 평소성격으로 봐서는

절대 나를 엿먹이려거나 

인종차별 욕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던 것 같긴 했다,

그냥 너 키 정말 크다, 

너 손톱 정말 길다

정도의 감각으로 얘기한 것 같...긴한데,

이게 이런 얘길 해도 되나??싶은 정도의 

실례적인 발언인 것도 맞기는 맞다,

 

두바이, 움수케임

 

 

그러면 여기서 

저게 혹시 무슨 칭찬같은게 아닐까

라는 착각도 잠시 해볼수 있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백인계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의 

너 진짜 얼굴작다, 

너 진짜 코 높다

이 말이 칭찬인것을 모르고

처음에 욕인줄 알았다지 않는가?

 

실제로 코 높다는 말은,

백인까지는 모르겠고

중동인들한테는 실례인것은 맞다.

 

예전에 내가 이집트 친구한테,

정말 칭찬할 의도로,

와, 너 코 진짜 높다~라고 했다가

그 친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내 코가 그렇게 못생겼...어?"

라고 했던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나라의 쌍수같은 것이

중동의 코 줄이는 수술이었다,

중동인은 백인 이상으로 

코가 높고 뾰족하며,

(물론 펑퍼짐한 주먹코도 많음)

매부리코인 경우도 흔한데,

이게 여자들한테는 큰 컴플렉스라

코 줄이는 성형을 그렇게 많이 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동인이 동양인한테,

네 코가 정말 낮고 작구나! 라고 하면,

그건 칭찬이다, 

이건 확실히 안다.

 

근데 저 말을 한 하메는 

코가 아니라 눈얘기를 한것이었고,

중동인도 아니다,

 

아무튼 예전에 비정상회담 출신

알베르토 역시,

아무생각없이 마누라한테 

"자기는 얼굴이 커서 이 모자가 안맞는다"

고 했다가,

그날 죽도록 혼났다고 한적이 있었다,

 

이렇게 신체 특정부위에 대한 코멘트는,

문화권 인종권에 따라 

1. 칭찬일수도, 2. 욕일수도,

3. 그냥 아무생각없이 하는말일수도 있는데,

내가 저 친구의 발언이 

123번 중 뭐에 해당하는지가 좀 헷갈렸다,

일단 3번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그 친구와 같은 국적의 다른 하메한테  

넌지시 또 물어봤다,

나도 상당히 이런것엔 집요하다,

 

"히히, 있잖아, 

니네 나라 애들중에 가끔 나한테

너 눈 너무 작다고 하는애들이 있는데...

내 눈 그렇게 작아?"

라고 했더니,

 

그 하메가 약간 당황하면서,

(여기서 불길했다)

"그렇게 작진 않은데,

너한텐 어울려, 그리고,

신은 우리 모두를 축복했어.

넌 건강하고 사지 멀쩡하고,

살도 안쪘고, 귀엽잖아?"

 

........

그렇게 작진 않은데, 라고

이 한마디만 했으면 모르겠는데,

저 구구절절 뒤의 위로 발언에서,

아 눈 작다는 말은 그쪽나라에서도 

결코 칭찬은 아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 하메가,

나를 욕하려고 그말을 한 건 아닐것이다,

그냥 별생각없이 한 말이겠지만,

솔직히 그 말에 기분좋은 한녀는 없을것이기에,

또 이렇게 장광설을 풀었다,

 

서양에서는,

"외모에 대한 코멘트는, 

칭찬 외에는 일절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 문화라고 하던데,

난 이런것이 좀 까다롭다고 생각하고,

뭐, 말할수도 있지 하면 좀 어때

라는 입장인 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물론 난 칭찬만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본의 아니게 말실수를 한적도 분명히 있긴 있다.

 

아무튼 외모 코멘트는,

서양인 제외하면

한국인뿐 아니라 다른 인종도 다 하더라,

저런 것을 봐도 나오지 않는가?

 

두바이에 와서,

한국에서는 별로 들은적도 없던 피부칭찬이나

동북아인 특유의 어려보이는 외모에 대한 

칭찬 코멘트만 내동 듣다가,

팩폭을 한대 퍽 맞으니 충격이 컸던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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