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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의 숙명 1

by 어느외노자 2024. 5. 16.

친구네 아파트 사진. 우리집 아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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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의 쉐어하우스 경험은,

일본 중국을 거쳐 이번이 세번째다.

 

코스로는 중국이 제일 하드했었었었...

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참, 두바이 생활도 만만치않다.

 

나는 지금 7명의 플랫메이트와 

주방과 발코니, 욕실을 공유하고 

방만 따로쓰는 형태로 살고 있다.

 

일본집에선 발코니가 아예 없어서

(그냥 한국식 고시원이었고 주인도 한국인이었음)

빨래를 방안에다 널었고,

중국에선 발코니가 있었으나

워낙 좁고 늘 꽉차있어서 내가 쓰지를 않았었다,

중국에서도 빨래는 그냥 방에다 널었던것 같다.

그외에 화장실, 주방문제가 

중국집에서도 굉장히 심각했었는데,

여기도 뭐 크게 다를것이 없...다기보다는

아주 약간 더 나은 수준이다,

 

시작은 빨래문제부터다,

세탁기 한대, 빨래건조대 하나를 8명이 쓰다보니 

내것을 돌리려고 하는데 

남의 다된 빨래가 아직 세탁기에 들어있고,

빨래를 널려고 하는데 건조대에 자리가 없는

이런현상이 속출한다.

나는 처음에 이러면,

아예 내 빨래를 못돌리고 못널었는데,

알고보니 이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빨래 돌리려는데 세탁기에 남의것이 들어있으면,

한쪽에 치워놓고 내걸 빨면 되는거였고,

건조대에도 남의 것이 널려있어 자리가 없으면,

그중에서 마른 빨래는 치워놓고 내걸 널면 되는거였다.

 

남의 물건에 가차없이 손대서

그걸 한쪽에 치워놓아야 하는 것에,

처음에는 개식겁했다.

그러나 혼자 고고해봤자

이 쉐어하우스에서 내 빨래라이프를

제대로 하기란 불가능하니,

이건 뭐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이 나름의 룰이 또,

그렇게 아름답게만은 돌아가질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일단, 

내 빨래가 약간 덜말랐는데 

건조대에서 치워져있는 건 그냥 항상 있는일이고,

내걸 집어놓았던 빨래집게를 빼서

자기빨래에 꼽는 경우도 있었다.

(집게 주인은 누군지 모름, 공유된지 오래임)

 

전자의 경우야,

당장 갓나온 따끈한 자기 빨랠 널어야 하는데 

80퍼센트 마른 빨래가 자릴 차지하고 있으면

냉정하게 치워버려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이 경우엔 방에다 널었었지만...)
이런것은 그래도 이해 범주다. 

남의 빨래에 꼽혀있는 집게를 빼서 

자기것에 꼽는 것은 아직도 좀 노이해였지만

어차피 내 집게도 아니니...라는 마음으로 

애써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까지 빡쳤던 것은

엄연히 빨래가 걸려있는

건조대의 양날개를 접어놓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었는데,

발코니에 앉아서 얘기하거나 차를 마시는등

뭔가 릴랙스적인 것을 즐기려면

자리가 없으니 건조대를 접어놓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앉을 때야 저렇게 해놓는다 해도,

일어날 때는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했었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게 나뿐인 모양인지,

내 플랫메이트들은

저렇게 빨래가 잔뜩 걸린 건조대를

아무렇지 않게 접어놓고 

그냥 일어나서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 기준엔 빨래가 걸린 부위를 접어놓으면,

그 부분이 완벽하게 마르지 않고,

젖은 빨래들이 겹친 모양새가 되어 경악할 노릇인데,

그들 눈엔 이게 또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쯤 되니,

나만 예민충인 것인지 알수가 없어져서

애써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1. 건조대 약간 접힌 정도로, 이 사막날씨에

빨래 마르는 속도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2. 좁은 발코니를 잘 활용하려면

접어놓는 것이 낫다

 

이 두가지 생각임이 분명해서

그냥 포기하고 이 정서를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 늬들이 맞을수도 있겠다,

나따위야 어차피 전혀 네버 토를리 

다른 문화에서 온 이방인이니 

그나마 인근 지역에서 온 늬들이 

이 문화에 더 옳은 애티튜드를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

참고로 내 하메들 중에 

동아시아인은 나뿐임.

 

아 원래 이얘기 쓰려고 한게 아니고 

진짜 빡친 건 따로있었는데 

빨래 얘기만으로 이렇게 길어질줄 몰라서 

투비컨티뉴드로 가겠다,

다음번은 2편, 주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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