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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도서관의 빌런

by 어느외노자 2024. 5. 28.

두바이 공립도서관, 움수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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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질을 하려면

어딘가 일할곳이 필수다,

나는 그 장소를 도서관과 카페로 삼고 있는데

현재 지역기준으로는

도서관이 메인이다,

문논 곧 이사갈 예정인 모 지역엔

도서관이 없기때문에

카페에서만 일할 날도 머지않았다.

 

아무튼 나는 도서관에 이렇게 

정기출입을 하고있는데

내가 한국에서도 도서관을 안다니진 않지만,

도서관에서 일해본적은 없는터라

본의아니게 빌런이 된적이 있다,

 

한국의 경우는 대개 도서관이 

책읽는곳(자료실), 컴터하는곳(컴터실),

공부하는곳(자습실?열람실?)이 

아예 층별로 따로인 경우가 많다.

책읽는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까진 있어도 

노트북 작업은 대개 

열람실에서는 잘 안하는 것 같다,

(대학도서관에서는 하는사람도 있는듯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다니는 이 

움수케임 지역의 도서관은,

이걸 층별로 구분해놓지 않고 

그냥 한곳에 몰아놓았다,

그러니까 책장옆 공간한쪽에 컴터들이 있고

또 한쪽에는 각각 칸막이가 쳐진 

개인 책상형태의 자습실이 있는형태다,

이 개인책상에서 다들 노트북도 쓰고 그러길래,

나도 별생각없이 저기 앉아서

가차없이 키보드를 두드려댄 것이 화근이었다.

 

저렇게 생활한지 몇달이 지났을때

갑자기 온몸을 검은 아바야로 두른

나이 지긋한 여성사서분이 오시더니,

내게 잠깐 시간 괜찮으냐,

할말이 있다고 씩 웃었다.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쭈삣 따라나서니,

갑자기 책장 사이사이를 서서히 거닐으시며(자료실 산책..?)

영어는 할줄 아냐고 물었다.

할순 있는데 잘은 못하니까 

좀 천천히 말해달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말해 주시는데

 

그 본론이란것인즉

내 키보드소리가 너무 커서,

며칠동안 꽤나 많은 닝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었다.

다들 직접 말은 못해서 자기를 찾아왔다며,

앞으로는 격한 키보드질...은

컴퓨터(실)은 아니지만

컴퓨터 자리에 앉아서 해달라고

특별히 자리안내까지 해 주고 가셨다.

 

일단 첫번째로 개 민망하기 그지없었고,

하필 이 도서관 레귤라 멤바가 

동아시아인은 나 하나밖에 없는상황에 이래놨으니

어글리 똥양인이 된것도 진짜 개압박이었다,

근데 이것과 별도로 나름의 컬처차이를 느낀것이 있다,

 

움수케임 도서관 앞 버스정류장. 친구가 이거보고 미래도시 같다며.

 

1. 한국의 쪽지문화보다는 이게 나은것 같다

이런일이 있을때 보통 한쿡은

가차없이 쪽지를 전달하거나

직접 와서 말하지 않나?

그런데 여기는

상당히 여러명이 같은것을 느꼈다는데

그들 중 누구도 내게 직접 말을 안못하고 

관리자...에게 신사적으로 전달한 것이 

썩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본의아니게 미안했다,

사과할 방법은 없지만 말이다.

 

2. 컴플레인 해결을 위한 섬세한 배려

이게 뭐, 물론 그 분만 그런것일수도 있다,

다른 사서들은 다를 수도 있으니

문화차이라고 할수 있을지까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한 것은 한국이라면

굳이 '산책(...)'까지는 안했을것 같다는 점이다.

 

혹시나 저걸 전달하면서

내가 기분나쁘거나 민망해할까봐,

서서히 책들 사이를 거니는

산책;;까지 하면서 조근조근 타일러주시는 것에,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이건 아랍인의 체면문화와도 

관계가 있을것 같은데,

실제로 한국에서 일하는 아랍인들이

가장 놀라는 점이,

일을 실수하면

사람들 앞에서 가차없이 인격모독하거나

큰소리로 개무시하거나 야단치는 것이라고 했다.

아랍친구 하나가 이얘기를 하면서 

자기네 나라는 절대 안그런다고 해서 

그냥 국뽕발언인줄만 알았는데

이사건 이후로 그 말에 약간의 신빙성이 생겼다,

 

아랍인들과 '일'을 해본적은 아직 없어서

이말이 진짠지는 모르겠는데,

들은바에 의하면,

목소리만 높여도 여기선 범죄라는 말은 있었다,

 

물론 당근 이것도 사람바이 사람일것이라

아랍은 아니고

이란 출신 하메하나가,

집 관리자한테 전화해서 큰소리로 쌍욕퍼붓는건 본적있다,

아랍인이 아니라 그랬던건가?

이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저사건 이후로

이 도서관에 다니는것에 약간 쫄아있었는데,

오늘 또하나의 빌런이 드디어^^탄생하고야 말았다,

이번엔 나 아니다.

 

어떤 언니가 내 옆옆 컴퓨터자리에 앉아있다가 갔는데,

조금후에 보니 바닥이 

어마어마한 커피자국으로 젖어있었다,

문제는 이게 딱딱한 타일바닥이 아니라 

두터운 천같은 방음재로 되어있기 때문에

저게 안 지워져서 갑자기 관리자와 사서들이

난리가 난것이다,

 

갑자기 범인색출에 나선 그들은,

옆옆자리에 앉은 나에게 

목격자 심문을 시작했다.

나를 의심하는 눈치이기도 했지만,

아닌데 어쩔건가?

 

또 아바야 여사님이 오셔서

(지난번 그분인진 모르겠다, 기억 안남)

누가 그랬는지 봤냔다,

저 자리에 누가 앉아있던걸 보긴했으나, 

순간 대답하기가 약간 그랬다,

이게 인상착의를 설명하자니

바로 인종부터 튀어나오려 했기 때문이다,

어떤 블랙언니였다,

 

그러나 이걸 인종부터 말하려니

너무 PC하지 못해보일것 같아서,

순간 말문이 막혔는데,

아바야 여사님이 가차없이,

"블랙걸 맞지? 키작은?"

이라고 해버리시길래, 

키는 모르겠고 블랙은 맞다고 했다.

 

반대로 말하면,

지난번 나에 대한 컴플 제기했던 친구들도

"어떤 똥양녀가 무개념하게 키보드질을 쳐하네요ㅠㅠ"

라고했을 것이라,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다.

 

다인종사회에서 살려면 진짜,

평소보다 두배로 조신하게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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