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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거지의 안식처 스타벅스(비유 아니고 실화)

by 어느외노자 2024. 7. 13.

두바이 스타벅스, 몰 오브 에미레이츠 쇼핑몰 안

 

 

디지털 노마드 두바이 거지인 나는,

특성상 스벅을 일주일에 두번은 갔었다.

요새는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였지만,

아므튼 근 5개월간 일주일에 두번이나 스벅출근을 하다보니

오만 인간군상을 강제로 보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거지들...이라고까지 하면 너무 미안한가?

아무튼 거지와 유사한 종족들이었다.

홈리스라고 해야될지는 모르겠다.

 

두바이 스벅은 사실상

거의 공원 벤치수준각인데,

닝겐들 두셋이 와서 아무것도 안시키고

수다만 떨다가는 경우가 흔하기에 그렇다.

스타벅스의 정책인

 

1 외부음식 반입 취식 가능

2 아무것도 안시키고 앉아있기 가능

 

이 두가지 때문으로 보인다.

이 정책의 이점을 맘껏 활용할 수 있는

이 두바이 스타벅스의 거지들은,

주로 어떤 특징이 있냐면,

커다란 배낭안에 책과 노트북등등을 싸와서 

아무것도 안시키고

(가끔 외부음식 가져와서 먹는거 봄)

공부를 하거나 놋북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두명의 이야기를 해보면

 

20대 남자 1

 

저런식으로 상당히 자주 와서 

외부에서 사온 1리터 생수를 마시거나

수퍼마켓에서 산 싸구려 빵을 먹으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늘

아이폰 충전기가 있으면 빌려달라고

물어보고 다녔다.

 

매번 저러길래 참 싱기하다 싶었는데

그래도 이때까지는 거지라고 생각을 안했고

누가 말린적도 없었던것 같다.

그런데 스벅 직원들이 저 닝겐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았던것 같은게,

내가 저분을 세번인가 네번째 뵙던 날에

드디어 문제가 터졌기에 그렇다.

 

그날도 그는 커다란 배낭을 옆에 두고,

수퍼마켓 빵과

수퍼마켓 1리터들이 생수를 마시며,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또 언제나처럼 내게

아이폰 충전기가 있냐고 물었지만,

나란 거지는 갤럭시도 아닌 샤오미 유저이기에 

그날도 빌려줄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피곤하셨는지 엎드려서 자던데,

몇분이나 지났을까?

남직원 하나가 와서 호통을 쳤다.

주변이 시끄럽고 내 영어도 짧다보니 

뭐라고 하는지 들을수가 없었는데,

남자는 피곤한 표정으로 

오케이 오케이 라고 중얼거리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사라졌고

그날 이후 두번다시 볼수 없었다.

 

20대 남자 2

 

뉴비다, 어제 처음뵌 분이라

급하게 오늘 포스팅한다.

이 남자는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고,

난 그냥 아무생각없이 내 할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나를 부르더니,

뭐라고 작게 속삭였다.

"....??"

"저기...내 놋북좀 봐줄수 없어?"

"어엉?"

"나 지금 화장실 갈거니까...

너가 내 컴터좀 지켜봐달라는 거지."

"......"

두바이에서 이런 부탁을 들은건

난생처음인지라,

자동으로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게 두바이는 치안이 

한국수준으로 안전한 곳이라,

다들 한국처럼 노트북 카페에 놔두고 

한두시간씩 자리 비우고 그러기 때문)

그제야 그의 약간 기이한 몰골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 오십도의 불볕더위에 

군데군데 하얀 보풀이 일어난

검은 니트 목폴라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실내 에어컨이 아무리 빵빵하다 해도 읭스러웠지만,

일단 알았다고 했고,

남자는 고맙다고 했다.

 

그뒤로도 그는 몇번인가 더 자리를 비웠지만

느낌 알았는지 두번째부터는

더 부탁하진 않았는데,

얼마후 충격적인 것을 목격했다.

 

내 옆, 아랍여인들 서넛이 왔다가 떠난자리에,

딱 한입만 먹고 남은 케이크가 있었다.

케이크 외에도 빈 접시며 쟁반등이 남아있었는데 

직원들은 바빴는지 테이블을 치우러 못오고 있었다.

 

그때 그 자리에 다른 아기엄마 한명이 왔고,

아기엄마는 애랑 앉아야 하니

직접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때!

이 검은니트 남성분이 벌떡 일어나더니 

아기엄마가 테이블 치우는걸 돕더라?

아기엄마는 직원도 아닌 손님이 갑자기 자길 도와주니

그냥 고맙다는 말만 연발하고 미소지었는데,

 

빈 접시와 쟁반을 다 치운 남성이 갑자기

그 남은 케이크를,

자기 테이블로 가져와서 우적우적....

 

이걸 보고 갑자기,

모든 게 한꺼번에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뇌피셜 궁예질을 해보자면

이 검은니트 남성은 

 

1 두바이에 온지 얼마 안됐고 

2 일을 구하지 못했고 

3 그래서 돈이 없고 

4 그래서 이런 짓까지 하게되었다

 

뭐 이거는 1번 남성도 똑같은 스토리겠지 싶은데,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

난민인가? 집은있나? 잠은 어디서 자나?

근데 둘다 그와중에 노트북은 있는게 싱기방기 등등등

 

참,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총각들일테니

거지라고까지 말하는 건 미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젊으니 뭐라도 할수 있을것이다.

그 총각들이 좋은 일을 찾기를,

그래서 나중에는 스벅에서

남이 먹다남긴 케익이나 수퍼마켓 빵 대신,

두바이 스벅의 '아메리카노' 와 '터키 치즈 크로와상'을

먹고 마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거지 마음은 거지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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