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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의 정과 오지라퍼들

by 어느외노자 2024. 6. 15.

두바이몰의 극장, 릴 시네마

 

두바이에 살다보면 느끼는 것중 하나가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나이스하고,

주변머리가 개 쩐다는 점이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이 주변머리 없이 남 생각 못하는 것으로 

평생을 까여왔기에,

이들의 이런 엄청난 주변머리력이 

그저 놀랍기만하다,

 

지금 말하는 이 주변머리의 정의를 해보자면,

"남의 필요를 미리 계산하는 매너"다.

 

이런것이 서양권에서도 약간은 있는데,

(예를들어서 서양인들은

누군가가 길에서 울고있다거나 하면

그게 애가 아니라 어른이더라도,

누군가는 달려와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고,

이게 꼭 남자가 여자한테만이 아니라

여자끼리도 그런다,

난 이걸 서양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서양인'에게 겪었고

남이 겪는걸 보기도 했다)

 

흔히 한국인이 정이 있다고 하고

오지랖이 심하다고 하는데,

후자일 경우,

이게 사적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종류의 

부정적인 오지랖으로 주로 말하는 것 같다.

 

특히 일본인과 서양인들이

저런 부분에서 한국인이 

'선을 자주 넘는다'고 여기고,

그 문화권에 살다온 한국인도 

한국이 그렇다고 생각들 하던데,

 

글쎄 내 경험으로는

오지랖의 경우,

이슬람 문화권은 한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은것 같다.

이게 좋은쪽 나쁜쪽 모두 포함인데,

일단 난 오지랖이 기본적으로 

크게 나쁘다고 생각 안하고 

저게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애정기반

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설사 부정적인 쪽의 오지랖이라 해도

일단은 이해해보려고 하는 쪽이다.

내가 진짜 기분나빠하는 것은 따로있는데,

이건 나중에 기회되면 얘기해보겠다.

 

두바이, 움수케임 도서관. 창 너머에 앉아있는 새가 매력적이다

 

아무튼 두바이에 와서 경험한

언빌리버블한 친절함은 다음과 같다.

 

1. 길에서 넘어져서 무릎 까지고 피철철날때

친구 두명이 다가오더니 

갖고있던 생수로 무릎 씻어주고

(손댄게 아니라 물 끼얹어서 씻어줬다는 것)

그 물까지 주고 쿨하게 가심

 

2. 어떤 카페에서

먹다남은 생과일 주스 들고가려고

컵 일회용으로 바꿔달라 했더니

직원이 믹서에 남아있던

나머지 주스까지 부어서 싸줌

 

3. 전철에서 핸드폰 떨어뜨리고 못찾으니까

옆자리 앉아있던 분이 같이 찾아줌

 

4. 전철에서 남자들이 벌떡 일어나 자리 양보함

 

5. 전철에서 자리 남는데 안앉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서

친절하게 왜 않지 않느냐고, 어서 앉으라고 함

 

6. 카페에서 물건 떨어뜨려서 찾고있으면

그 근처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같이 찾아주려고 함

 

7. 도서관에서 컴퓨터 케이블가지고 

약간이라도 헤매는 듯이 보이면

옆자리 사람이 무슨 일이냐며 도와줌

 

8. 카페든 도서관이든,

노트북 선 꼽는 콘센트 찾고 있으면

근처 사람들이 와서 여기다 꼽으라고 안내해 주거나

자기는 괜찮다며 자기거 뺌

 

9. 무거운 거 들고 힘겹게 낑낑거리며 가고있으면

누군가가 와서 들어주겠다고 하고 

같이 들어주거나 운반해 줌

 

10. 홍수났을 때 길에 넘치는 물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멍때리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같이 건너가주거나

자기 운반카트에  내 짐 실어줌.

 

보면 대충 공통점이 느껴질텐데,

나는 기본적으로

남이 내 옆에서 곤란해하는 것을 봐도

먼저 말하지 않는이상

내쪽에서 굳이 해결해주려고 애쓰지는 않는편이다,
이게 또 모르는 사이에서 굳이 친한척하지 않는,

한국인들 습성이기도 하다. 

물론 이중 몇가지는 과거나 현재의 

한국 일부에서도 경험할수 있는것 같긴 하고, 

아닌것같기도 하고 그런데 확신은 못하겠다,

 

아무튼 이들은 시력이 3.0인지,

근처의 누군가가 곤란에 처해있는 것을 보면

다같이 그걸 해결해주려고 애쓰던데,

이게 참 대단하다 싶었다.

 

이건 사실 아랍인과 아랍사회의 종특이긴 한데,

아직 개인주의와는 거리가 먼 이들은,

누군가 곤란해하는 것을 보면,

그게 자기 지인이든 아니든

일상생활에서 늘 남을 돕는것을 

베이스로 깔고 있다,

그렇다보니 아랍출신으로 한국에 오래 살았던

내 지인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누군가가 곤란해하는 걸 봐도 

쌩까고 지나가는 것에 늘 놀라워했었다.

(지난번에 한국인은 왜이렇게 자신감없냐 했던

그 친구 아님, 다른 친구임)

 

아무튼 이런 것이

나쁜 쪽으로 발현되면 오지랖이 되거나,

부탁을 너무 자주하는 문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좋은 쪽으로 발현되면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엄청난 친절함이 

나오기도 하는것이다.

 

다만 특기할만한 것은

저게 아랍 문화라고 해서 

아랍인만 저러는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겪은 저 모든 일들은

모든 인종과 국적과 민족이 섞여있는 경험이다.

또, 저게 내가 여자라서

저걸 해준 사람들이 전부다 남자였다

라는 것도 아니다.

전철 자리양보만 빼면,

저 사연들의 성별은 모두 섞여있다.

그냥 인종불문 남녀노소불문,

두바이 피플들은 남을 도와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는데,

저런 것이 아랍의 종특이라면

두바이의 외국인들은 왜때문에 

이렇게 하는것일까?

 

글쎄 이것의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려본 가설은

1. 사실 저런 종족들이 아랍인 외에도 많다

2. 두바이에 살다보니 아랍스탈이 되었다

이 두가지인데,

아마 두가지 다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서울의 외국인들이 모인 곳에서

딱히 저런 문화가 있어뵈진 않는 것을 생각하면

2번이 말이 된다.

사람은 사는곳의 영향을 받게 되어있기에,

2번의 이유는 꽤 클지도 모른다.

 

또 1번적인 이유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하고는 철저히 거리를 두는 

동북아나 북유럽스탈 나라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더운 나라 출신일수록,

모르는 사람하고 심리적 거리가 좁은듯하다.

그리고 두바이에는 

추운나라 출신보다는

더운나라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1-2번 이유가 합쳐져

자연스레 저런 문화가 정착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물론 매번 저렇다는 건 아니고

안 그럴 때가 더 많긴하기에,

개인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를것이다.

두바이 살면서 저런것을 못느껴본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상당히 자주 느꼈기에 썰풀어봤다.

 

두바이는 세계 최고의 

험난한 자본주의 도시이지만,

또 이런 반전매력도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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