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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두바이 셰어하우스의 빌런인가?

by 어느외노자 2024. 9. 16.

 

 

하메중 하나인 알제리 여인 피라가,

다음달에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한달전쯤 새로 들어온 쿠바 룸메들과의 불화를

도저히 못참겠다는 것이었다.

 

영어가 짧아서 정확하게 알아듣진 못했는데,

가장 큰 사건은

쿠바 여인들이 냉장고에 자꾸 

술을 넣어놓는다는 것 인듯했다.

 

아랍인 무슬림들의 경우

돼지고기는 개극혐해도,

술 마시는 사람들은 꽤 많은데,

이 알제리 여인 피라는,

술을 아주아주 극혐하는 타입이었던지,

냉장고에 자기 음식과 술이 

같이 있는 정도도 참을수 없다는 것 같았다.

 

그라고 이 중간과정을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저 술 가지고 분쟁이 난것을

쿠바여인들 중 하나가 

피라가 자기 물건을 훔쳤다고 했다나 뭐라나,

뭐 그랬다는 것 같았다.

아마 치워놓은 걸 가지고 그랬나본데 

이 부분은 영어듣기평가 실패로 잘 모르겠고,

아무튼 피라는 자기를 도둑으로 몰았다며 날뛰었다.

 

쿠바 여인들이 평소에 

친구들 불러서 파티하고 시끄럽게 굴고,

청소 안하고,

냉장고에 자기 음식들 이빠이 채워놓는 것도 

다 참았는데,

이번 분쟁은 못참겠다고 했다.

 

참, 영어듣기평가 실패로 

정확한 사정이 뭐였는지는

백퍼센트 이해할 순 없었지만,

어쨌든 메인 사건은 대충 알겠다,

 

이번 사건으로 내가 느낀것은

아랍인들 사이에서 살려면

술마시는 것도 디게 조심해야 하는구나,

라는것이었다.

 

난 사실 술마시는 아랍인들을

한국 중국뿐 아니라 두바이에서도 많이 봐서,

저 정도로 술에 예민한 아랍인이 있으리란 건

상상을 못하긴 했었다.

돼지고기 혐오감은 잘 알고있었기에

그부분만 조심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술도 그래야 하는건지는 몰라서 후덜덜했다.

뭐 난 술을 안 마시기에 

저 분노를 피해갈 수 있기는 했다.

 

그외에 그녀들이

친구 불러서 파티하고 떠드는 것...에 대한 문제는

나도 생각을 하긴했는데,

그게 여기가 방문자 금지도 아니고 

설사 방문자 금지인 쉐어하우스라 해도 

다들 잘만 불러서 노는것을 많이 봐왔기에 

뭐라고 하기가 애매한 문제다.

 

청소문제에 대해서는 약간 식겁했는데,

일단 지금 쉐어하우스의 공식적인 룰은

부엌에서 자기 들고난 자리 치우기이고

그 정도는 쿠바 언니들도 한다.

문제는 이곳에 '공식적인 룰'이 아니라,

'암묵적인 룰'도 있다는 것인데,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이 쉐어하우스는

청소인력이 따로 오질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대청소나 공동구역 청소를 해야한다.

그런데 이것이 룰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눈치껏' 해야하는 것이라,

쿠바 언니들은 자기 들고난 자리 치우기 외에는

잘 안하는 것 같긴했다,

(했을지도 모르는데 일단 목격한 적은 없음)

 

나도 첫달에는 오기가 나서 안하고 버티고 있다가

결국 두번째달부터 할수없이 

공동구역 청소를 알아서 하고있긴 한데,

몇번 다른 하메가 내 청소장면을 목격해서 망정이지,

아무도 내 청소장면을 목격 안했다면,

나도 빌런될뻔했다.

쉐어하우스의 무서운 점은,

룰이 좀 엄격한 곳일경우,

새로온 애가 무슨 빌런짓을 하는지 

모두 눈 크게뜨고 감시아닌 감시를 한다는 점이다.

 

이게 룰이 없다시피하고

어차피 아무도 청소안하고 드럽게 사는 곳이라면

또 상관이 없다.

앞의 두 쉐어하우스가 그랬다.

이런곳은 편하긴 하지만,

드럽고 끔찍한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야말로 무규칙 디스토피아였던 그곳에선,

남의 물건을 쓰는것조차 당연시하던 분위기였다.

 

지금 집은 참 청결하기도 하고

남의 물건에는 거의 손을 안대며

모두 민폐안끼치려 애쓰는

그런 상식적인 환경....이라는 점에서 

얼핏 좋아보이고 또 좋지만,

그만큼 나도 민폐가 안되기 위해 

개노력해야 하고,

민폐끼치면 저런 불화가 생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난 쉐어하우스 생활에서 느끼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가족과 부부간의 불화도 결국,

하우스메이트와의 불화가 아닐까라는 점이다.

나부터도 엄마랑 살면서 

서로 협의안되는 집안의 룰때문에 늘 싸웠고,

동생하고 살던 친구도 맨날 저런 문제때문에

치를 떨었던것을 보면,

인간은 사실 혼자살아야 맞는게 아닌가?

부부여도 한집이 아니라

옆집 또는 층을 나눠서 살아야 맞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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